여행 4일 차
고고학 박물관에서 나와 귈하네 공원 입구 앞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잠시나마 구경할 겸 이슬람 과학기술 역사박물관에 갔다.
귈하네 공원 안에 위치해 있어 바로 이동할 수 있었지만 주변을 구경하고 싶어 돌아서 갔다.
도보로 5-10분 거리는 이슬람 과학기술 박물관은 접근성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관광지와 비교해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이슬람 과학기술 박물관
2008년 5월 25일에 개관한 이슬람 과학기술 박물관은 9-16세기 이슬람 천문학, 시계, 전쟁 무기, 의학, 수학, 기하학, 건축 및 지리학 등 과학 도구의 모형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전시품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제공돼 전반적인 이슬람 과학기술 역사를 이해하는데 좋은 장소이다.
뮤지엄패스로 입장 가능하지만 역사가 없을뿐더러 복제품을 전시해서 그런지 관광객이 더욱더 없는 것 같았다.
내부로 들어서면 이슬람 과학기술 발전사에 대해 당시 유럽인들이 어떻게 느끼고 평가했는지 관련 문구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는데, 그중에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인 괴테도 있었다.
Orient and occident are no more divided
중세 페르시아의 시인이었던 하피스의 시에서 감흥 받아 동양문학을 수용하여 유럽과 동양의 세계를 아우른다는 뜻으로 '서동 시집'를 지은 괴테에게 어울리는 문장이다.
시작에 앞서 이슬람 과학기술 관련 배경을 소개하는 영상이 제공되는데, 시간이 없어 조금만 보다 들어갔다.
우리가 흔히 아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사실 이슬람 천문학으로부터 이어진 것인데, 비록 모형이지만 그 흐름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시계
전쟁 무기
의학
건축
모형으로 전시된 박물관이라 역사적으로나 가치적인 면에서 크게 의미 있는 장소는 아니지만 세계사에서 우리가 가볍게 넘어간 이슬람 과학기술 역사와 그 탄생 배경에 대해 알 수 있게 된 시간이었고, 과거부터 이어져 온 세계적 교류로 인해 탄생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세계화와 수용성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스탄불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좀 있거나 이슬람 과학기술에 대한 발자취에 관심이 있다면 이곳에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파노라마 1453 역사 박물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의 방문을 추천하지 않는다.
콘텐츠도 콘텐츠지만 이곳을 방문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 및 입장료를 고려하면 음식 하나를 더 시켜서 먹는 게 나을 정도로 처참했다.
구글지도에서는 리뷰수와 후기가 좋아 갈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지만, 메인인 파노라마 영상은 퀄리티도 낮고 10분 정도밖에 안 되는데 입장료는 400리라로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래도 어떤 박물관인지 설명하자면, 1453 역사박물관은 오스만 제국의 7대 술탄인 메흐메트 2세가 비잔틴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는 장면을 파노라마 영상으로 상영, 그 외에도 역대 왕들의 초상화, 전투 관련 그림들이 설명과 함께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중앙에는 파노라마 영상실이 있는데 상영 시간은 10분 남짓, 퀄리티는 많이 낮다.
이곳에 와서 400리라를 날리는 것보다 튀르키예에 오기 전 '오스만 제국의 꿈'을 보고 테오도시우스 성벽을 구경하러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테오도시우스 성벽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의 도시 확장에 따라 당시 섭정하던 안테미우스가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세운 성벽에서 2km 떨어진 곳에 증축, 테오도시우스 법전과 함께 그가 남긴 업적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삼중 구조의 성벽으로 앞에는 해자, 그 뒤로는 5미터의 외벽과 12미터의 내벽을 갖춘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1453년 오스만 제국에 수도가 함락되기 전까지 천년 넘게 비잔틴을 난공불략의 도시의 위상을 구축하는 데 최전선에서 방어 역할을 한 성벽이었다.
개인적으로 성(城) 또는 성벽을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해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도 그 나라의 역사가 묻어난 성이나 성벽이 있으면 구경하러 간다.
특히 이곳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오스만에게 점령당하기 전까지 난공불략의 대명사였는데,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오스만도 정곡법으로는 뚫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난공불략의 성으로 유명한 삼년산성이 있다는 점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방어는 정주국의 숙명이었나 보다.
멀리서부터 성벽이 눈에 들어와 한층 기대하고 갔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한양도성 둘레길과는 다르게 성벽 위로는 올라갈 수 없었다.
성벽 주변으로는 걸어 다닐 수 있었으나 1453 박물관 앞에 위치해 있는 성벽 주변은 노숙자에게 점령돼 안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성벽 안쪽은 그래도 마을이라 그런지 주민들이 많았다.
보수 작업해 성벽 일부를 관광객들에게 개방했다면 좀 더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주변을 구경했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내벽과 외벽을 모두 관통하는 9개의 정문이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끝과 끝에 있는 문을 구경하고 싶다.
파티흐 모스크
파티흐는 정복자라는 뜻으로 1463-1470년 메흐메트 2세의 명령에 따라 당시 규모와 상징성에 있어 아야 소피아 다음이었던 '거룩한 사도 교회'를 철거하고 걸쳐 건설된 모스크이다.
당시에는 종교적 그리고 사회적 복합단지로 8개의 마드라사, 도서관, 병원, 데브리시 숙소(Dervish inn), 카라반세라이, 시장, 하맘, 학교, 무료 배급소 등이 있었을 정도로 대규모 단지였다고 한다.
이후에 영묘가 추가되었는데, 콘스탄티노플의 정복자인 오스만 7대 술탄 메흐메트 2세가 잠들어 있다.
1766년 지진으로 인해 붕괴, 1776년 재건하였으나 이전 모습을 잃었다고 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텍푸르 궁전 박물관 > 카리예 박물관 > 파티흐 모스크순으로 도보로 이동하려고 했으나, 시간 조절 실패 그리고 배가 고파져 빨리 보고 저녁 먹으러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바로 이동해서 왔다.
콘스탄티노플 정복자 메흐메트 2세의 업적에 맞는 대규모 단지를 과거에 건설했지만 현재는 모스크 한 동만 남아 있다.
튀르키예 여행을 하면 소소한 대화를 많이 가지게 되는데, 어딜 가나 튀르키예 사람들이 반겨줘 튀르키예에 대해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모스크 안으로 들어갈 때 사진 왼쪽에 찍힌 사람이 이슬람 문화에 낯설어하는 우리에게 우두에 대한 설명을 해줘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안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예배 중이어서 방해될 것 같아 DSLR 셔터음 때문에 핸드폰 카메라로만 찍다가 그것도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한 아저씨가 다가오시더니 찍어도 된다고 하시길래 동영상으로 남겼다.
예배하는 모습을 본 후 나와 모스크 바로 옆에 있는 정복자 메흐메트 2세의 영묘를 들렸다.
16세기 오스만 최전성기를 누리는데 그 시작을 연 오스만 제국의 정복 술탄이었기에 그를 찾는 방문객이 많을 줄 알았으나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과거에는 카이사르와 칼리프의 칭호를 사용하였고 그 업적을 드러내기 위해 복합단지를 지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지는 축소돼 현재는 모스크 옆에 그의 영묘만이 남아있다.
하지만 메흐메트 2세가 정복한 이 땅에 아직도 그의 민족이 자리 잡고 있고 꾸준히 찾아주는 점에서 뿌듯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모스크를 벗어났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발렌스 수도교가 있었는데, 세고비아에 있는 수로로 생각해 저녁에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정작 조명도 없었을뿐더러 수도교 밑에는 차도여서 관광지 느낌과는 멀어 아쉬움을 달래면서 멀리서 보기만 했다.
마무리
이스탄불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 그런지 곳곳에 구경거리가 많아 걸어 다니는 재미가 더 있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중요 관광지 외에도 이스탄불 곳곳에 있는 장소를 방문하며 이스탄불 매력에 빠지는 것도 좋은 것 같다.(파노라마 역사 박물관 제외)
또한 테오도시우스 성벽 맨 밑에는 '예디쿨레 지하 감옥 박물관(Yedikule Dungeons Museum)', 왕실 지하 감옥이 있는데 나중에 다시 방문한다면 가보고 싶다.
위치:
○ ○이슬람 과학기술 역사 박물관
○테오도시우스 성벽
○파티흐 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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