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왔다면 호스텔과 주변에 있는 여행사 조건을 비교해 가며 예약했겠지만, 아스완행 기차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가기로 해 예약했는데, 아스완에 있는 동안 여행사는 따로 보이지 않아 아부심벨 투어는 머무는 숙소 혹은 중개인 통한 예약 수단만 있는 것 같다.
다합에서 다시 만난 같은 숙소에서 머문 한국인은 '만도'라는 중개인을 통해 예약했다고 하는데, 가격도 더 저렴했고 차량 상태도 상대적으로 좋아 보여 품 들여 만도에게 직접 예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아부심벨 투어는 오전 4시에 집합해 출발했는데, 고속도로 개방 시간에 맞춰 출발한다고 해 대부분 투어가 비슷한 시간에 출발하는 것 같았다.
시차 적응하느라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나왔다
약 2시간쯤 달려 도착한 중간 휴게소
허허벌판에서 보는 일출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와도 될 만큼 가치가 있었다.
중국 둔황 이후로 처음 본 사막 일출
탑승한 차량 동행이 없다면 우측에 홀로 앉아 편하게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아부심벨
고대 이집트 역사에서 부흥기라 할 수 있는 신왕국 19왕조 파라오였던 람세스 2세가 건립한 사원으로, 자신을 위한 대신전과 람세스 2세의 왕비 네페르타리(Nefertari)를 위한 소신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래에 파묻혀 있다 19세기 스위스 탐험가가 발견한 뒤 발굴이 진행, 1960년대 아스완 댐 건설로 수몰될 뻔하였으나, 필레 신전과 함께 국제적 지원을 받아 높은 위치로 이전되었다.
대신전 안에는 람세스 2세의 업적을 나타낸 부조가 있어 리비아, 누비아 그리고 히타이트 전투에 대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출처: By William Henry Goodyear, Joseph Hawkes, and John McKecknie - Brooklyn Museum, No restrictions,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31447906
약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아부심벨
내전 중인 수단의 국경까지 16km 떨어져 있어 관광지 주변으로 피란민이 많을 치안이 다소 안 좋을 거라 생각했지만, 다른 이집트 관광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오니 책이나 매스컴에서만 보던 거대한 아부심벨 대신전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완공 뒤 지진 발생으로 무너진 람세스 2세 머리, 람세스 2세 석상 아래로는 람세스 2세 가족 모습을 볼 수 있다.카르투슈(cartouche), 타원형 안에 파라오의 이름을 둘러 싼 곡선, 그 아래로는 목에 줄이 묶인 포로들의 모습이 보인다.
대신전 입구 위에 서 있는 최고의 신이자 태양의 신 '라'와 왕권의 신 '호루스'가 결합된 지평선의 호루스라 불리는 '라-호라크티(Ra-Horakhty)'
최고와 왕권을 과시하기 위한 람세스 2세의 목적이 다분한 석상으로, 이 외에도 본인을 도상화하기 위해 그 뜻을 나타내는 상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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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세스 2세의 즉위명은 '우세르 마아트 라(User Maat Ra)'로, 석상 왼손에 들고 있는 개 머리 지팡이는 '우세르'를 상징, 오른손에는 머리 위에 깃털을 꽂고 있는 마아트 여신(정의와 진리의 여신) 그리고 '라'에게 봉헌된 신전 등 이 세 가지가 합쳐진 것으로, 태양신 라에게 봉헌된 신전이라 하기에는 모든 요소가 람세스 2세를 뜻하고 있어 람세스 2세 신전이라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 그만큼 당시 파라오의 권력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알 수 있기도 한 건축물이지 않나 싶다.
아부심벨 대신전 지도
입구에는 람세스를 저승의 신 오시리스로 묘사한 8개의 석상이 서서 내부를 지키고 있다.
The large hall
주변에는 람세스 2세 재위 기간 동안 승리한 전투가 벽면에 부조되어 있다.
구 20파운드 지폐에 있는 그림으로, 기원전 1274년 인류 최초의 세계대전이자 오리엔트 문명과 이집트 문명이 충돌했던 카데슈 전투에서 전차를 타고 히타이트인과 싸우는 람세스 2세.
전쟁 이후 세계 최초의 평화조약이 맺어졌는데, 고대 이집트가 남긴 흔적에는 이렇게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보인다는 점에서 '4대 문명 발상지'의 위용을 다시 한번 느꼈다.
구 20 이집트 파운드, 마침 지갑에 있었다
주변에 있는 측면방들, 이 방들 역시 람세스 2세가 여러 국가로부터 승리한 장면들이 새겨져 있다.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장면을 부조
The small hall
대신전 가장 안쪽에 위치한 지성소
왼쪽부터 창조의 신 프타(멤피스 지역 최고의 신), 신들의 왕이자 바람의 신 아문(룩소르 지역 최고의 신), 람세스 2세 그리고 라-호라크티
1년에 2번(10월 22일과 2월 22일) 햇빛이 지성소를 관통해 조각상을 비추도록 설계되었는데, 어둠과 관련 있는 프타 조각상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 명의 최고의 신들 사이에 함께 앉아 있는 람세스 2세, 그가 남긴 아부심벨을 보며 자기애가 얼마나 충만했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는데, 자신을 사랑하고 믿으며 결단력 있게 추진했기에 이렇게 결과물이 남아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반대편에 있는 방들
The small hall
아부심벨 소신전
대신전에서 100미터 거리에 떨어져 위치한 아부심벨 소신전(네페르타리 신전)
당시 관습적으로신분에 따라왕비는 왕보다 작게 만들어졌는데, 이곳에 있는 네페르타리 석상은 몇 안 되는 왕과 비슷한 크기로 만들어져 당시 람세스 2세가 네페르타리를 향한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입구 양 옆에 서 있는 람세스 2세 석상에는 상 이집트를 나타내는 흰색 왕관(헤젯)과 통일을 나타내는 이중 왕관(프센트)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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