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8 화요일 (여행 12일차)
방문해 보고 싶었던 1순위 장소들은 첫째 날 대부분 방문해서 그런지 둘째 날은 비교적 여유롭게 숙소를 나와 파이줄라 호자예프 가옥 박물관으로 가면서 주변 마을을 둘러봤다.
여타 다른 도시와 동일하게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기본적으로 흙색이 주류를 이룬 점에서 부하라만의 특색이 돋보인다.
관광지 중심 바로 밑에 위치한 이 마을은 비록 관광객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부하라 역사 지구답게 곳곳에는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이름을 알리지 못한 채 방치된 일부 건물들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리모델링되고 있었다.
파이줄라 호자예프 가옥 박물관
파이줄라 호자예프 가옥 박물관 (The house-museum of Fayzulla Khodzhayev)
부하라 인민 소비에트 공화국의 초대 수장이었던 파이줄라 호자예프의 가옥이다.
19-20세기 격동의 시대였던 당시 부유 상인 집안의 주거 환경을 볼 수 있다.
파이줄라 호자예프:
부하라 토후국 시절 카라쿨종의 모피를 팔며 부유해진 상인의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모스크바에서의 유학을 통해 현대 문물과 기술이 부하라와의 격차가 큰 것을 깨닫고 부하라를 개혁하고자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아버지의 재산으로 청년 부하라당을 설립하고 청년 부하라 정부를 이끌었으나, 성직자와 구정권을 옹호하는 보수파에 의해 수천 명의 청년 부하라당 지지자들이 사망하였고, 호자예프는 타슈켄트로 탈출했다 붉은 군대의 부하라 입성으로 부하라 토후국 몰락 후 다시 부하라로 돌아와 부하라 인민 소비에트 공화국의 초대 수장이 되었으나 24년 우즈벡 SSR로 재편입된 후 의장으로 지내다 1938년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되었다.
운영시간:
월-일: 09:00-18:00
입장료:
20,000 so'm
관광지 중심에서 약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호자예프 가옥 박물관이 있다. 입구 아닌 입구처럼 생겨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입구 옆 빛바랜 간판에는 엄연히 박물관이라고 쓰여있다.
입구로 들어가면 저택이 아닌 정원이 나오는데, 동아시아와 비교해 다른 형태의 정원이지만 초입부터 부유한 집이었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가옥은 생각보다 부지가 컸지만 메인 건물 외에는 딱히 관리자가 없는 듯했다.
이곳은 다른 관광지와는 다르게 매표소가 없고 들어와 주변을 보고 있으면 관계자가 다가와 입장료를 받는다.
메인 건물이라 그런지 밖에 있는 건물보다 확실히 아름답고 눈에 띄었는데, 다른 사람 눈에도 그렇게 보였는지 방문했던 당시 세 쌍의 커플이 부하라 전통 복장을 입고 웨딩촬영을 하고 있어 부하라 토후국의 분위기가 물씬 났다.
19세기말에 지어진 건물이라 저택 내부는 잘 보존되어 있었고, 번쩍번쩍한 장식품들이 있는 에미르 궁전과는 사뭇 다른 비교적 소박하고 정결한 분위기 속의 20세기 대부호의 집안 인테리어를 느낄 수 있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40분 정도 박물관에 있으면서 웨딩촬영을 하는 세 쌍의 커플을 봤는데, 사마르칸트에서는 레기스탄 광장 앞에서 사진 찍는 게 의미 있는 것과 같이 이곳 부하라 사람에게는 호자예프 가옥에서 사진 찍는 게 의미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방문 당시 시간이 정오여서 그런지 햇빛 반사와 적절한 내부 조명으로 안 그래도 다채로운 저택 내부를 좀 더 다채롭게 볼 수 있었다.
전시되어 있는 방 중 비교적 보존이 잘 된 방이 있다면 그렇지 못한 공간도 있는데, 의미 있는 건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해지겠지만 적어도 과거의 흔적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현재의 모습을 이렇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잘 온 것 같다.
방 안에는 기본적으로 당시 사용했던 도자기와 식기가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접시 디자인은 지금 사용해도 될 만큼 예쁘다.
그 외 도자기, 사모바르 (큰 주전자)만 전시해 놓은 공간도 있고 당시 사용하던 부엌도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저택 구경을 다 하고 나왔을 땐 다른 두 쌍의 커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 커플을 제외하고 모두 전통 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는데, 외국인 눈에도 한복을 입고 찍는 웨딩사진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였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부하라 성문& 성벽
여행 전 지도를 보며 갈 곳을 찾다 현재는 몇 남아 있지 않은 성문이 있다 하여 구글링 하던 중 성벽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산책 겸 한 바퀴 돌아보고 싶어 리스트에 넣었다.
부하라 중심부 주변에는 아직 남아 있는 성문과 성벽이 곳곳에 있는데, 과거 16세기 부하라에는 총 12개의 성문이 있었지만 오늘날까지 보존되어 있는 성문은 2개뿐이다. (탈리파치 & 카라쿨)
성문마다 쓰임새가 달랐는데, 탈리파치 성문 (Talipach Gate)은 세금 징수 장소로, 다른 하나인 하지 성문 (Haji Gate)으로도 불리는 카라쿨 성문 (Karakul gate)은 과거 부하라 사람들이 순례 목적으로 메카와 메디나로 하지를 수행하기 위해 나가는 문으로 사용되었다.
부하라에 있는 다른 관광지와 비교하자면 성문과 성벽 모두 안내판조차 없고 관광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지만, 개인적으로 과거 성벽을 볼 수 있는 기회만으로 매력이 있어 산책 겸 성벽 둘레길을 걸었다.
부하라 성벽
우리나라 한양도성 둘레길과의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이곳은 관광코스가 아닐뿐더러 주변이 민가 혹은 밭이기 때문에 볼거리가 성벽 말고는 전혀 없지만 과거 중앙아시아 도시 구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성벽은 방치돼 무너져 내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과거 중앙아시아 도시의 특징인 삼중 구조의 역할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이유로 관리가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서울 한양도성 둘레길처럼 조성했다면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은 점에 대해 많이 아쉬웠다.
중앙아시아 도시는 시타델, 샤흐리스탄 그리고 라바드 등 삼중구조로 구성되어 있었다.
시타델: 성채
샤흐리스탄: 도심
라바드: 교외
약 10분 정도 내려가면 성벽이 끝나는데, 이곳이 과거 부하라 토후국 시절 라바드 (교외)의 끝자락인 것 같았다.
오른쪽으로 가면 성벽의 손상도는 더 심해지는데, 이제는 그 역할이 끝난 성벽이라 길을 낸 건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무너지면서 길이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간간히 우뚝 솟은 성벽과 일렬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성벽이라고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가는 길 중간쯤에는 마을이 있어서 그런지 성벽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는데, 앞서 본 손상된 성벽들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카라쿨 성벽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성벽에 문을 달고 그 안에 집을 지어 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과거와 현대의 공존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부하라 성문 (카라쿨)
일부 성벽과 함께 남아 있는 탈리파치 성문과는 다르게 카라쿨은 성문만 남아 도로 한복판에 쓸쓸히 홀로 서 있었다.
성벽과 연결된 상태에서 성문 위를 올라갈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성벽도 없고 성문 뒤편에도 따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은 없어 눈으로만 봐야 했는데, 오느라 고생한 것과 기대했던 것보다 결과가 좋지 못해 아쉬웠다.
마무리
파이줄라 호자예프 가옥 박물관은 19-20세기 당시 부하라 주거 환경을 볼 수 있고 중심지에서 도보로 10-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기 때문에 방문을 추천한다.
카라쿨 성문은 성문 외에는 따로 남아 있지 않아 성벽 둘레길과 함께 볼 목적이라면 가볼 만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부 성벽과 함께 남아 있는 탈리파치 성문에 가는 게 좋다. 비록 성벽 밖에 볼 게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모습이 점차 사라지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치:
˚파이줄라 호자예프 가옥 박물관:
˚성벽:
˚카라쿨성문:
˚탈리파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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