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가론 타키를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우측에 코쉬 마드라사가 나란히 있다. 카쉬 (Qo'sh)는 double 혹은 pair이라는 뜻으로 울루그 벡 마드라사와 압둘라지즈 칸 마드라사가 나란히 마주 보고 있어, 중앙아시아 건축에서 정면을 마주 보고 있는 두 건물을 '코쉬 마드라사'라고 칭한다.
한때 이곳은 몽골제국의 침략을 받아 초토화되었지만 울루그 벡은 지식을 기반으로 한 국가 부흥을 위해 이곳에 마드라사를 건설했고, 200년이 지난 뒤 부하라의 전성기를 맞이하던 부하라 칸국 시대에 반대편에 압둘라지즈 칸 마드라사가 건축되었다.
울루그 벡 마드라사 (Ulugh Beg Madrasah)
울루그 벡 마드라사 (Ulugh Beg Madrasah) 티무르 제국의 건국자인 아미르 티무르의 손자이자 4대 왕인 울루그 벡의 주도 하에 1417년에 건설된 마드라사. 레기스탄 광장에 있는 울루그 벡 마드라사보다 3년 더 오래돼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마드라사이자 부하라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티무르 시대의 건축물 중 하나이다.
마드라사 포탈에는 "지식을 추구하는 것은 모든 무슬림 남성과 여성의 책임이다'라는 코란 비문과 함께 입구로 들어가는 문고리에는 '책의 지혜를 아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의 문이 날마다 열리기를'의 문구가 있어 울루그 벡이 추구한 게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지식을 추구하는 그의 모토답게 울루그 벡 마드라사는 일종의 대학 역할도 해 천문학, 수학 및 철학 등의 강의가 이곳에서도 제공되었는데, 이는 울루그 벡이 추구한 국가 성장이 과학 및 문화를 중심인 점을 엿볼 수 있는 흔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부하라 칸국 샤이반 왕조 압둘라 칸 2세 통치 시절 한 차례 개조 공사가 진행돼 티무르 시대의 원형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건물이 개조되었으며, 20세기에도 몇 차례 복원돼 오늘날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사마르칸트에 울루그 벡이 남긴 건축물과는 다르게 이곳에 있는 울루그 벡 마드라사는 방문 당시 찾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울루그 벡이 이 건물을 지을 당시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마음가짐을 이완 (Iwan)에 새겨 남겼고, 80개의 후즈라에서 학생들이 생활하며 그 정신을 잇기 위해 수학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 용도를 다해 쓸쓸히 남겨져 있다.
다른 마드라사들과는 다르게 울루그 벡 마드라사는 안에 소수의 기념품 가게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어 금방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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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지즈 칸 마드라사
압둘라지즈 칸 마드라사 (Abdulaziz Khan madrasah) 부하라 시대 1651-1652년에 지어진 건축물로 울루그 벡 마드라사보다 2세기 늦게 건설되었다. 울루그 벡 마드라사와 비교해 피슈타크(Pishtaq) 포탈이 높고 다양한 장식과 종유석을 사용하여 색채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으며, 이완 (Iwan)에는 유명한 시인의 운문이, 건물 내부에는 중국 및 인도 스타일이 묻어나 당시 실크로드를 통해 문화 교류가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알 수 있다.
당시 부하라 칸국 통치자였던 압둘라 칸 2세는 예술을 적극적으로 지원, 그에 대한 결과물로 압둘라지즈 칸 마드라사가 나왔는데, 과학을 중시하였던 울루그 벡의 결과물인 울루그 벡 마드라사와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다.
요금: 입장료 - 5,000so'm
다른 마드라사와 비교해 확실히 압둘라지즈 칸 마드라사는 색채가 화려해 반짝반짝해 멀리서부터 눈에 띄었다. 실크로드의 이점을 잘 살려 부흥한 국가답게 다양한 문화를 수용한 결과가 이러한 아름다운 마드라사를 만들지 않았을까?
이 마드라사 안에는 목각 예술 박물관이 있는데, 비록 입장료는 압둘라지즈 칸 마드라사 입장료의 4배인 20,000 so'm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그 시대의 양식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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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기존에 보던 색과는 달리 빨간색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들어가기 전에 멀리서 봤을 때는 좀 무서운 색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가까이서 보니 매우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기존 사마르칸트에서 보던 황금색과 푸른색의 조화가 고급진 색이었다면, 빨간색과 파란색의 조화는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중국과의 교역으로 영향받은 게 여기에서도 묻어났는데, 중국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아 프레스코로 장식된 아라베스크가 눈에 띄었다.
내부에는 일반 마드라사와 동일하게 기념품 가게 밖에 없었지만 공사 중이거나 일부 들어갈 수 있는 후즈라(방)가 있어 당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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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구성된 이 후즈라는 지금까지 유지된 것으로 보아 튼튼한 것 같았지만 막상 올라가 보니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낙서'라는 현재의 흔적과 과거 이 방에 그려진 그림이 공존하는 이 작은 공간에서, 쿠켈다쉬 마드라사와 같이 꾸몄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원형 자체를 볼 수 있게 돼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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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켈다쉬 마드라사처럼 후즈라 박물관을 만드는 걸까?
비교적 근대에 지어진 건물이라 그런지 아라베스크 무늬가 구석구석에 많이 남아 있었는데, 목각 예술 박물관보단 소박하지만 압둘라지즈의 화려함이 이곳에서 묻어나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다른 도시에 비해 부하라에는 매우 많은 마드라사가 있어 돌다 보면 그게 그거라 생각돼 대충 보게 되지만, 이곳은 일반 마드라사와는 다른 특색 있는 장소라 화려함을 감상하고 싶다면 이곳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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