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7 월요일 (여행 11일차)
숙소에 짐을 풀고 나와 관광 중심지인 라비하우스를 가면서 처음으로 느낀 건, 중세 양식이 잘 보존된 유럽 여느 소도시처럼 이곳 부하라도 아랍 중세 양식이 잘 보존된 과거 실크로드 도시 이미지와 같은, 사막 위에 있는 아랍스러운 도시임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 지구 명성답게 대부분의 건물들이 과거 아랍 중세 시대의 건축 양식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사막 도시를 나타내는 사막색이 도처에 있어 어릴 적 알라딘 게임에서 사과를 던지던 그 장면 속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사마르칸트와 비교해 덜 알려져서 그런지 관광 도시로 부상하여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곳곳에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았다.
부하라 과거 전성기에는 100여 개가 훨씬 넘는 마드라사가 있었는데, 당시 '아라비아의 메카에 갈 수 없다면 부하라에 가서 하지(성지순례)를 수행하라'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이슬람의 중심지였다.하지만 목적을 다한 마드라사 건물 안에는 현재 신학생이 아닌 관광객 대상으로 식당, 찻집 및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장소로 변해 많은 관광객들이 마드라사를 느끼고자 방문하는 장소가 되었다.
라비하우스 옆에는 고대 공중목욕탕 터가 있는데, 역사 지구 안에 이렇게 터가 있는 것을 보니 로마 필라티노 언덕에 있는 많은 터 중 하나를 보는 것 같았다.
중세 아랍을 상징하는 도시여서 그런지 길을 걷다 보면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종종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인산인해로 붐비는 않고 고요한 분위기라 그런지 한층 이 도시와 어울리는 것 같았다.
라비하우스
라비하우스 (Lyab-i Hauz)
페르시아어로 '연못 옆(주변)'이라는 뜻으로, 16세기-17세기에 건축된 라비하우스는 중앙 광장에 당대 부하라를 상징하던 건축물 군들이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부하라에 몇 남아있지 않은 연못 중 하나이다. 이전에는 부하라 내 연못이 많았으나, 질병 감염의 주원인 등의 이유로 1920-1930년대 대부분 메꿔졌다.
라비하우스는 관광객들에게 있어 만남의 광장 그리고 여행의 중심점이 되는 장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 부하라의 중심지답게 현재도 이곳 주변에는 많은 상점과 식당들로 둘러져 있는데, 저녁이 되면 분수 및 노래가 흘러나와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앉아 피로를 풀며 그날의 마지막 여정을 마친다.
라비하우스와 디반베기 마드라사 사이에는 이슬람권에서 바보 현자로 유명한 '호자 (현자) 나스레딘' 동상이 있다. 여러 해학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13세기 현재 튀르키예의 아나톨리아 지역 출신인 호자 나스레딘은 이야기를 보면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동상에서의 나스레딘은 정상적으로 앉아 있지만 흔히 알려진 모습은 거꾸로 돌아 앉아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에 대해 사람들이 물었을 때 그는 '나는 똑바로 앉아 있는데 당나귀가 거꾸로 가는 거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스레딘의 이야기 중 강연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어느 날 나스레딘이 강연에 초청돼 청중들에게 '제가 무엇을 강의할지 아시나요?'라고 물었지만, 청중들이 '모릅니다'로 대답하자 '무엇을 강연할지 모르는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강연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하며 자리를 떠났다. 그다음 날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땐 이번에는 청중들이 '알아요'라고 대답하자 '이미 다 알고 계신 내용에 대해 다시 말할 필요는 없지요'라고 하며 또 자리를 떠났다. 당황한 청중들은 머리를 써 다음 날 똑같은 질문을 하였을 때 '몰라요'와 '알아요' 절반씩 대답하였지만, 나스레딘은 '알고 계신 분들이 모르는 분들에게 알려주세요'라고 대답하며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 생각 든 건 뛰어난 사람이 강연에 올라 그 지혜를 전달한다고 해서 가치가 생기는 게 아니라 누구든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가치를 느끼지 못해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가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저 강연 이야기로 전달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나스레딘의 이야기를 보면 우리나라의 명언과 같이 의미 있는 문장들이 많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나 생각이 든다.
세상의 부조리에 분노할 줄 모르면 젊은이 답지 않다
마음에 들지 않다고 번번이 화를 내면 지혜롭게 늙기 어렵다
나디르 디반베기 하나카
나디르 디반베기 하나카 (Nodir Devonbegi Khanaka)
1619-1620년에 지어진 디반베기 하나카는 라비하우스 건축군 중 하나로 지어졌다.
수피 순례자들을 위한 숙박시설 및 만남의 광장 용도로 사용, 현재는 도자기 전시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운영시간:
09:00-18:00
요금:
20,000so'm
하나카 (=Tekke)는 이슬람 수피파(Sufi)가 예배, 수행, 교육 및 숙박을 할 수 있는 건물을 뜻한다.
과거에는 이슬람교인들로 북적했겠지만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 특히 전시품이 도자기라서 그런지 방문했을 당시 사람이 없었는데, 들어가 보니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가격에 비해 딱히 볼만한 게 없었지만 17세기 건축물에 입혀진 아라베스크를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다.
부하라 역사 지구를 나타내는 모형이 있는데, 모형에서 보는 것처럼 규모가 생각보다 커 2일 동안 큼직한 것만 보고 와 한편으로 좀 더 구석구석 다니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았다.
나디르 디반베기 마드라사
나디르 디반베기 마드라사 (Nodir Devonbegi Madrasah)
하나카 완공 후 1622-1623년에 추가 건축되었다.
당시 부하라 칸국의 통치자였던 이맘 쿨리 칸 (Imam Quli Khan)의 외삼촌이었던 디반베기에 의해 지어졌는데, 여행자 숙소(Caravanserai) 사용 목적으로 지어졌으나 준공식에서 칸의 마드라사 선언에 따라 마드라사로 개조돼 사용되었다.
사마르칸트에 있는 셰르도르 마드라사와와 함께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우상 숭배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샤이바니드 왕조에는 비교적 보수적이지 않기도 했고, 종교를 뛰어넘는 본인들의 권력을 과시하고자 태양에 사람을 묘사하였다.
태양 옆에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두 마리의 세무르그 (불사조)가 흰 사슴을 발톱으로 쥐고 있는데 불사조는 행복, 사슴은 고통을 상징한다.
세무르그는 현재 우즈베키스탄 국장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행복이라는 뜻도 있지만 고대 투르크인들에게 국가 권력과 권위를 상징하기도 한다.
가는 날이 학교 행사였는지 유독 돌아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디반베기 마드라사 앞에서도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내부에 들어서자 지역 방송 촬영을 하는지, 다른 무리의 학생들이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하나카와는 다르게 마드라사 내부에는 기념품 및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작은 사각 공간이 마치 마드리드에 있는 마요르 광장의 축소판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부하라에는 마드라사가 많아 같은 목적으로 쓰였다면 금방 질려 들어가 보지 않았겠지만 이렇듯 여러 용도로 사용되고 있어 방문하는 재미가 있다.
위치:
○라비하우스:
○나디르 디반베기 하나카:
○나디르 디반베기 마드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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