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9일 차
셀추크에 온 가장 큰 목적이 에페수스를 보기 위해서였는데, 다행히도 정오까지 내리던 비가 에페수스를 방문할 때쯤 차차 개기 시작해 맑은 날씨 속에 다닐 수 있었다.
에페수스는 입구가 북문, 남문으로 총 두 곳이 있는데, 단순히 번호가 북문 기준으로 시작돼 북문에서 시작하고 싶었지만 렌터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차장이 넓은 남문으로 들어갔다.
에페수스 고대 도시(Ephesus)
기독교 성서에서 에페소 또는 에베소로 언급되는 에페수스는 기원전 9세기 고대 그리스로부터 건립된 식민도시로 페르시아, 알렉산더 대왕을 거쳐 기원전 2세기부터 로마의 지배를 받으면서 해양무역의 중심지로 부흥하다 263년 고트족에 의해 파괴된 후 재건되었지만 침강으로 토사 퇴적으로 인해 항구도시 기능을 잃어가던 중 8세기 무렵 아랍 국가의 공격으로 동로마 비잔틴이 에페수스를 포기하며 도시의 존재는 사라져 갔다.
에페수스는 소아시아 일곱 교회 중 한 곳으로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도시이기도 하면서 과거 알렉산더 대왕이 남긴 헬레니즘 문화와 로마 제국의 문화가 이곳에 번영하여 그 흔적을 볼 수 있는 장소이다.
운영시간:
08:00-18:00
오디오 가이드 비용:
150리라
에페수스는 규모가 큰 만큼 배경 지식 없이 돌면 의미 없을 것 같아 매표소에서 150리라를 지불하여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했다.(대여 시 여권 맡겨야 함!)
지도에 따라 해당되는 곳에 가서 번호를 누르면 되는데, 위치에 오디오 번호를 푯말로도 확인할 수 있어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순서가 반대이기도 하고 시각적으로 아래 지도가 좀 더 보기 용이해 두 지도를 번갈아 보며 확인했다.
튀르키예 여행에서 고대 도시를 방문하다 보면 '네크로폴리스(Necropolis)'라는 단어가 줄곧 보이는데, '죽은 자의 도시'라는 뜻으로 그리스와 로마 문화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 발견되며 성벽 밖에 안치돼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석관 부조의 정교함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부를 알 수 있는데, 에페수스는 특히 로마 소아시아 지방에서 종교, 정치 및 상업적으로 중심지였기 때문에 고유한 양식이 존재, 다른 곳과는 다르게 아래쪽 받침대에 작은 화환 장식이 있어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긴 입구를 걷다 보면 과거 항구와 원형 대극장을 이은 아르카디안 거리가 나온다.
아르카디안 거리(Arcadian Way)
현재 복원된 길이 500m, 폭 11m의 원형 대극장과 항구를 연결하는 에페수스의 중심지 아르카디안 거리(Arcadian Way)는 아르카디우스 황제 집권 시절 닦은 거리로 물류 외에도 왕, 황제, 의원들이 도시로 들어오는 주요 거리여서 공식 행사 장소로도 사용돼 에페수스의 얼굴인 만큼 화려하게 장식하여 원주 회랑 양 사이로 황실이나 고관들의 동상이 전시되며 상점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당시 아르카디안 거리는 로마에서 조명이 켜진 세 개의 거리 중 하나(나머지 두 곳은 로마와 안디옥)였다고 해 당시 규모를 고려하면 얼마나 핫플이었을지 짐작 간다.
에페수스 원형 대극장(The great theater of Ephesus)
과거의 찬란했던 아르카디안 거리를 뒤로 하고 에페수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원형 대극장으로 가는 길에는 다른 곳과는 다르게 기둥 여러 개가 문인 듯 장식되어 있었는데, 원형 대극장 뒤편에 위치한 이곳은 헬레니즘 시대 때 지어진 이오니아식 분수대이다.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무대 안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어 흥미롭기도 해 자세히 주변을 둘러본 후 무대 밖으로 이동했다.
높이 30m, 직경 145m로 25,000명의 관중을 수용했던 원형 대극장은 고고학적 증거는 없지만 헬레니즘 시대 알렉산더 대왕의 후계자인 리시마코스의 작품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단층에서 시작해 로마 도미티아누스 황제(81-96년)와 트라야누스 황제(98-117년) 시기 2층과 3층으로 증축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대극장은 신과 황제가 각인된 기둥과 조각상으로 장식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이곳에 있진 않았다.
대극장은 4세기 지진으로 피해를 입고 부분적 수리, 비잔틴 시대 때는 성벽의 일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지금 봐도 대단한데 과거 전성기 때 불이 꺼지지 않는 아르키디아 거리와 함께 보았더라면 감탄이 절로 나왔을 것 같다.
원형 대극장 왼편으로 이어진 길은 '대리석 도로(Marble road)'로, 일곱 수면자의 동굴(Cave of the Seven Sleepers)을 통과하는 도로로서 다른 도로와 마찬가지로 에페수스의 신성한 길로 여겨졌다고 한다.
마차가 다닌 흔적을 고려했을 때 마차 전용 도로로 추정되며, 인도는 우측에 위치해 구분하여 다녔다고 한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이라 그럴까? 4세기말 지진으로 인한 파괴로 재정비하여 대리석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길 한가운데 있는 바닥을 보면 도로 한가운데 발자국 모양을 발견할 수 있는데, 지금의 전단지처럼 대리석 한 면에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가 모두 담겨 있는 고대 사창가를 알리는 광고로 폼페이에서 본 것과는 사뭇 달라 신기했다.
우측으로는 기원전 3세기에 건축된 테트라고노스 아고라(Tetragonos Agora) 즉, 시장이 있는데, 현재 형태는 로마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기 확장돼 남아 있는 모습이라 한다.
무역의 중심지이자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에페수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을 때 이곳 역시 옛날 국제시장처럼 엄청 활발했을 것 같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노예 시장으로도 운영되었다는 점인데, 에페수스는 당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노예 시장이었다고 하니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희비가 교차했을 것 같다.
셀수스 도서관(The Celsus Library)
에페수스에서 가장 유명한 켈수스 도서관은 로마 집정관이었던 켈수스를 위해 그의 아들이 지은 무덤과 도서관 용도의 통합된 건물로, 로마 제국에서 알렉산드리아와 버가모 도서관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서관으로 12,000권의 두루마리를 소장하였다고 한다.
이후 262년 고트족의 침입으로 화재와 270년 지진으로 인해 파괴된 이후 복원되기 전까지 폐허로 방치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복원 덕에 조금이나마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에페수스에는 어디에나 사람이 많았지만 특히 켈수스 도서관에 사람이 가장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 빠질 것으로 생각해 다른 곳을 먼저 둘러본 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보았으나 별 차이 없었다.
여행하며 항상 느끼는 부분이지만 건축물 한 채 한 채가 로마의 옛 위용을 드러내기도 하고 웅장해 왜 로마가 멸망한 뒤에도 사람들이 로마에 계속해서 열망하는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셀수스 도서관을 등을 지고 정면을 바라보았을 때 맞은편에는 'House of pleasure'로 쾌락의 집 즉, 사창가 단지가 있다.
실제로는 잘못 해석돼 개인 주택으로 확인된다 하나 사창가가 위치한 곳을 보았을 때 어느 정도 연관이 있지 않았나 싶다.
하드리아누스의 문(Hadrian's Gate)
3층으로 구성되었던 하드리아누스의 문은 파르티아와의 문제로 하드리아누스가 에페수스를 방문하였을 때 지은 문으로 현재는 1층 기둥만 남아 있다.
안탈리아에도 하드리아누스의 문이 있는데, 오현제 중 한 명이어서 영향력 때문에 그런 건지 아니면 그의 이름이 들어간 건물이 보존이 잘 돼 그런 건지 하드리아누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로마 시대에 사용된 의자였을까? 하드리아누스의 문 앞에 방치된 돌 의자가 매우 새로웠다.
로마 정치에 휩싸여 에페수스에서 살해된 클레오파트라의 막내 여동생 프톨레마이오스 아르시노에 4세의 기념물
테라스 하우스2
쿠레티스 거리(Curetes Street)로 올라가는 길 우측에는 테라스 하우스2가 별도 공간 안에 존재하는데, 이곳에는 로마 시대 고급 주거 양식이 잘 보존돼 있다.
그래서 그럴까? 입장료에 추가 요금을 받았지만 튀르키예 뮤지엄 패스가 있어 무료로 입장했다.
별도의 공간으로 들어와서 그런지 유적지 안에서 새로운 유적지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새로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대 거주 양식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신났다.
로마시대 개인 욕실로 위쪽부터 온욕실, 사우나, 냉욕탕으로 사용되었다.
대리석 홀
바실리카
상수도가 잘 발달된 로마 답게 곳곳에서 수로관을 볼 수 있다.
로마의 또 다른 상징 중 하나인 모자이크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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