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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사마르칸트 (Samarkant)

[우즈베키스탄 - 사마르칸트0] 뜻밖의 결혼식 참석

by 떠나볼까 2022.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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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3 목요일 (여행 7일차)

 

이번 여행지를 중앙아시아로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사마르칸트였다. 지난 봉사활동 때 통역을 담당했던 우즈벡 친구들에게 추천을 받은 도시이기도 했고, 레기스탄 광장을 사진으로 접했을 당시 한눈에 반해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자 숙소에서 짐을 풀고 바로 옆에 위치한 레기스탄 광장으로 이동했다. 

 

광장 중앙 주변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지나가는 길에 왼쪽에서 웨딩 사진을 찍고 있어 이때까지만 해도 누군가가 의미 있는 장소에서 촬영하나 보다 생각하고 레기스탄 광장 중앙으로 갔다.

 

사진으로 보던 레기스탄 광장도 아름다웠지만 실제 육안으로 본 레기스탄 광장은 더 아름다웠다. 광장 밖 주변에 레기스탄 건물에 대한 설명이 있어 들어가기 전에 보고 가려고 열심히 읽고 있었는데, 한 무리가 나를 계속 따라오고 있는 게 느껴져 한국에 관심 많은 친구들이겠다 싶었는데 내 착각이었다.

레기스탄 광장
레기스탄 광장 주변 설명판

 

무리에 있던 한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 일본어로 일본인이냐고 물었던 것이다. 대학 시절 일본으로 교환학생 다녀온 나는 일본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어 한국인이지만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답했고 그렇게 이것저것 물으며 시간을 보냈다.

 

얘기를 하며 알게 된 건 이 친구들은 내가 광장으로 오면서 마주쳤던 웨딩 촬영하는 신랑의 친구들이었고 친구인 신랑이 웨딩 촬영을 마칠 때까지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에게 말을 건 친구는 내년에 일본으로 일하러 가게 되는데 마침 이 친구들에게 내가 일본인처럼 보여 일본어를 사용하고 싶어 말을 걸어왔다고 했다.

말을 듣고 복장을 보니 대부분 정장을 입고 있었다. 7명의 현지인이 나를 둘러싸고 얘기하다 보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뭔가 하고 우리를 한 번씩 쳐다보며 갔는데, 이 시선이 잘 느껴져 관종이 된 기분이었다.

 

여행 전 유튜브에서 보던 정 많은 모습의 우즈벡 사람들을 실제 내가 경험하게 되니 얼떨떨하기도 하면서 이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얘기하던 중 이 친구들이 같이 결혼식장에 같이 가자고 꼬셨는데, 우리나라 정서상 신랑·신부 측으로부터 초대받지 않고 가는 게 아닌 것 같아 관광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만 가려고 했지만, 촬영이 곧 끝난다고 하며 신랑이 한국에서 일하다 결혼하러 잠시 우즈벡에 와 한국어를 할 수 있어 대화하고 가라고 해 기다렸다 축하의 말을 전하고 가기 위해 조금 더 기다렸다.

 

레기스탄 광장 배경을 끝으로 마지막 촬영을 하기 위해 우리 쪽으로 오던 신랑에게 친구들이 나를 소개해주었고,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던 신랑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이것도 인연이라고 하며 결혼식에 초대해 주었는데, 주변 친구들도 계속 같이 가자고 해 고민하던 나는 관광은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이런 결혼식 참석은 현지에 살지 않으면 쉽게 경험해 보지 못할 것 같아 현지인의 삶을 가까이서 느껴보고자 참석에 응했다.

레기스탄 광장을 배경으로 웨딩 사진을 찍는 것도 추억이 될 것 같다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기 위해 자동차가 있는 처음 본 친구 차에 탑승했다.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탑승했으나 다행히도 운전하는 친구와 조수석에 탄 친구 모두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친구들도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었는데, 이렇게 타지에서 한국어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연달아 만나다 보니 매우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어 능력자가 많은 우즈벡에서 행동을 조심히 해야겠다고 느꼈다.

 

다음 행선지는 사마르칸트에서 25분 정도 떨어진 Jomboy라는 동네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춤을 췄는데, 식장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친구들이랑 이렇게 논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함께한 친구들의 부인들도 함께 한 자리였는데, 물어보니 다 결혼했다고 하며 우즈벡은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동네는 20대 중반이 되면 결혼한다고 해 우리나라 7-80년대 시절 평균 결혼 연령대와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이슬람권이라 그런지 성별에 따라 앉는 자리가 달랐는데, 다른 이슬람 국가보다 비교적 자유로워 평소에는 느끼지 못한 부분이었지만 이렇게 우즈벡 삶 속에 녹아든 이슬람 문화를 보며 다시 한번 이슬람 국가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한 시간 정도 정줄 놓고 이렇게 놀다 본격적인 식을 위해 결혼식장으로 이동했다. 식장은 Bulungur이라는 동네에 위치해 있었는데, 20분 정도 걸렸으니 사마르칸트에서 40-50분 정도 떨어진 도시인 것 같다.

 

친구들과 함께 있었을 땐 몰랐지만 막상 식장에 도착해 보니 마을 어르신들이 많이 계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던 찰나에 한국어 능력자 한 분이 말을 걸어오셨다. 친구들이 술을 많이 마셔서 나에게 기분 나쁜 행동을 할까 봐 걱정하시면서 같이 앉자고 말씀하셔 거절할 수 없었다.

 

도착 후 약 10분 뒤 문이 열려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식장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연령대별 지인끼리 앉았다. 내가 앉은자리도 그랬는데, 나를 이끈 분이 나이가 많아 다 그 나이대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나와 비슷한 나이대라서 서로 놀랐다.

 

중앙에서는 식이 진행되고 있었고, 하객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식을 구경했는데, 음식점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것들이 많아 이것저것 먹어보며 식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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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은 식탁에 있는 종이에 넣어 내는데, 우리나라와는 사뭇 달라 신기했다.

같이 앉자고 하던 보보무로드 형님은 나를 특히 반기셨는데, 알고 보니 한국에서 6년 넘게 일하다 우즈벡으로 돌아오신 후 7년 만에 처음 만난 한국인이라 너무 반가워서 그러셨다고 했다. (아마 밖에서 말한 건 얘기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았다.)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인한테 많은 도움을 받아 한국과 한국인이 좋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내 행동 하나하나도 누군가에게는 한국에 대한 인식을 좋거나 나쁜 방향으로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 행동가짐을 바르게 하자고 다시 한번 되새겼다.

이름을 못 알아 들어 친히 한글로 써 주신 보보무로드 형님.. 나름 언어에 자부심 있었지만 우즈벡 발음은 특히 알아듣기 힘들었다..

 

분위기가 한껏 올라온 상태에서 한국인이 신기했는지 이곳저곳에서 나에게 술을 권했는데, 어르신들이 권유하는 거라 거절할 수도 없어 죽는 줄 알았다. 맥주는 없고 아래 있는 보드카와 같은 술만 있었는데 도수가 40도라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는 나에게는 고문이었다.

근데 눈치 없는 친구들까지 가세해 내 자리로 와 술을 줬고 거절해도 마시기 전까지 자리를 뜨지 않아 고문은 계속되었다.

 

다행히도 옆에 계신 보보무로드 형님이 중간에 통제해 줘 간신히 정신줄 놓지 않고 식을 볼 수 있었는데, 이미 온몸은 빨개질 대로 빨개졌고 머리는 어지러워 앉아 있기 힘들었지만 이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야겠다는 생각은 떠나지 않아 다행히도 결과물을 남겼다.

순백이 결혼식에 가장 적합한 색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분위기가 절정에 달았을 때 보보무로드 형님이 계속 있으면 다들 술 많이 마셔서 안 좋은 모습 볼 수 있다고 하며, 같이 사마르칸트로 돌아가자고 해 나도 저녁에 바로 테르메즈로 이동해야 해 더 이상 취할 수 없어 같이 나왔다.

나올 때 모습을 보았는지 광장에서 본 친구들이 나와 배웅해 주었는데, 그중에서 한국으로 다시 일하러 오는 친구들도 있어 한국에서의 만남을 기약하고 사마르칸트로 돌아왔다.

 

레기스탄 광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떨어지고 있었고 술에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관광을 할 수 없어, 광장에 앉아 한동안 바라보다 취기가 좀 가셔 야경을 보다 숙소로 들어갔다.

석양 때 보는 레기스탄 광장이 타일에 반사돼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마무리 글

처음에 마주한 우즈벡 사람들은 무표정으로 쳐다봐 무서운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정이 많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비록 단기 여행이라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해 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여행하는 기간 동안 여러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추억을 쌓고 가게 돼 여러 사람들의 미세한 긍정적인 요소들이 작용해 한국·우즈베키스탄 관계가 더 끈끈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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