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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히바 (Khiva)

[우즈베키스탄 - 히바2] 고대 요새1 (키질 칼라 & 토프락 칼라)

by 떠나볼까 2023.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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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0 목요일 (여행 14일차)

 

처음 히바 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이번 중앙아시아 여행에서의 마지막 방문 도시였기에 여유롭게 2일 동안 머물려고 했지만 일정을 계획하던 중 우르겐치 위쪽으로 고대 요새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구글링하며 접한 사진들에 매료돼 일정을 변경하여 현지 당일 투어를 이용해 보러 갔다.

 

히바에서 첫 목적지인 키질 칼라까지는 이동 시간이 1시간 넘게 걸리지만 이동하면서 우즈벡 지방 도시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고, 가이드로부터 우즈벡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시간이 금세 갔다.

 

가는 길에는 길 양옆으로 모두 목화로 즐비했는데, 가이드가 우즈벡은 세계 6위 목화 생산국이라고 설명해 줬다. 하지만 지나친 관개로 주변에 있는 아랄 해가 말라가는 등 환경 문제와 투입되는 노동이 막대해 우즈벡 정부에서는 이러한 1차 산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한다.

 

우르겐치에서 우즈벡 자치공화국인 카라칼팍스탄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긴 아무다리야 강이 흐르고 있는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테르메즈에서 보고 이곳에서 또 보게 되니 반가웠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긴 아무다리야 강

 

이찬칼라가 작은 동네라 그런지 알고 보니 내가 묵은 숙소의 주인과 가이드가 지인이었는데, 조식으로 먹은 멜론이 가이드가 사 온 멜론이라면서 이곳의 멜론이 우즈벡에서 유명하다고 하시면서 먹고 그리워해 또 오라며 가는 길에 하나 사주셨다.

우즈벡 물가와 비교해 생각보다 비쌌다

 

키질 칼라 (Kyzyl Kala)
석양이 지면 붉게 보여 붉은 요새 (키질은 붉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의 이름을 갖게 된 키질 칼라는 1-4세기 호레즘 시대에 지어진 고대 요새이다.
건설 목적 및 이름이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아 확인이 어렵지만 서쪽에서 약 3km 떨어진 곳에는 같은 시기에 지어진 토프락 칼라가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키질 칼라는 군사 목적으로 토프락 요새의 방어 역할을 하는 요새로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곳에는 약 50개의 고대 요새가 있었는데 현재는 20개만 남아 있다고 한다.

그중 고대 요새로 가장 유명한 아야즈 칼라와 비교했을 때 보존도가 떨어져, 남아 있는 흔적으로 그 용도를 추측하는 게 전부이지만 적어도 이러한 고대 요새가 지금까지 그 모습을 조금이나마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기했다.

 

군사용으로 지어져서 그런지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경사져 있었다.

 

현재는 이찬칼라나 부하라 요새에서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보수돼 조금 아쉬웠지만 우리나라 산성과 같이 이곳에서는 제 역할을 잃어버린 요새들이 사막 한복판에 듬성듬성 있어 마치 우리나라의 공산성과 남한산성 등 곳곳에 있는 산성을 보러 다니는 외국인의 감정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사진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사막 한복판이라 그런지 바람이 엄청 불었다

 

토프락 칼라 
페르시아어로 '흙으로 덮인 요새'라는 뜻으로 과거 호레즘 제국 (호레즘은 페르시아어로 '태양의 땅'이라는 뜻이다) Afrighids 왕조 통치 기간 때 고대 수도로 사용된 토프락 칼라는 50개의 고대 요새 중 한 곳으로 1900년대에 발굴, 발굴 중 기념비적인 벽화와 화려하게 장식된 150개의 주택과 궁전 유적이 발견되었다.

발견된 벽화 중에는 인도 아잔타 석굴에서 알려진 스타일과 매우 유사한 벽화와 궁전에서 조로아스터교 신들이 그려진 벽화가 발견되었는데, 이를 통해 당시 호레즘 제국이 쿠샨 왕조와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간다라 지방에서 헬레니즘 문화와 불교 사이의 문화적 융합으로 탄생된 그레코 불교 미술이 토프락 칼라 유적지에서도 발견돼 과거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으로 역사상 최초의 동서 간 문명 접촉의 결과물이 이곳에도 영향을 끼친 점에서 그 파급력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키질 칼라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토프락 칼라는 궁전 터와 역사적 자료가 많이 발굴돼 가치가 있어서 그런지 고대 요새들 중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았다.

군사 요새로 사용되었던 키질 칼라와는 다르게 확실히 규모가 엄청 컸다.

 

앞서 봤던 키질 칼라와는 다르게 비교적 형태가 잘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이찬칼라 박물관에서 본 벽화가 발견되었다는 게 한편으론 신기했다.

이찬칼라 - 쿠냐 요새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토프락 요새에서 발견된 벽화

 

우리나라 아차산 고구려 유적과 비슷한 느낌을 준 토프락 요새는 주거지와 궁전터 외에도 이곳에서 조로아스터교를 숭배하여 불의 제단이 있던 흔적을 볼 수 있다.

지금은 거의 묻혀 있지만 이전에는 드나드는 입구였을까?

 

주변을 돌아다니던 중 한 곳에 사람이 몰려 있어 가봤더니 사막뱀이 있었다. 유유자적 제 갈 길을 가던 뱀의 모습에서 마치 우즈벡에서의 마지막 날을 즐기는 나의 모습이 투영돼 조금 더 구경했다.

 

규모가 나름 크기도 했고 구석구석 돌아보느라 이곳에서 한 시간 넘게 시간을 보냈는데, 가이드가 없었다면 어떤 장소인지 몰라 테르메즈처럼 그저 장소를 찍는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을 생각하면 나름 만족한 장소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이드 없이 차량 1일 렌트를 통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올 수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고대 요새에 대한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둘러본다면 좀 더 의미 있고 기억에 더 남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치:

△키질 칼라 

△토프락 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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